2020 예술공간 영주맨션 기획초대전
<두 개의 방> 김경화 개인전
_ x : 관리인 김수정 <어떠한 생각에 골몰히 빠졌을 때 – 그릇된 몸>
우리는 가끔 말문이 턱 막히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을 경험한다.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그렇게 단순히 활자로 표기되는 언어만으로는 할 수 없는 어떤 지점들을 건너간다. 구체적인 표현을 위해 글을 써 내려가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설명이 충분하지 못할 때 어떤 제스처를 동원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말하기는 내 신념과 생각을 드러내는 일이다. 한 사람의 신념과 생각은 음성언어로만 표현되지 않으며, 저마다의 말하기 방식을 취한다. 글로 드러내는 문자언어, 그림과 조형으로 드러내는 시각언어, 손짓이나 몸짓과 같은 행동언어 등 여러 가지 언어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생각과 행동이 함께 가는 것의 부조화를 겪는다. 몸은 생각을 그대로 담아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간다. 숱하게 쌓인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빛을 발하는 것처럼, 몸은 그 사람의 삶의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삶은 몸을 통해 길을 낸다. 다음을 본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다던 김경화 작가는 대학 생활을 마치고 방직공장에 위장 취업을 한다. 그것은 그 시절,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온 일이었다. 이후 작가는 미술을 시작하기 위해 미술 대학에 진학한다. 작가는 작업을 시작하고 몸으로 빚어내는 시간들을 떠올리며 다시 미싱을 돌린다. 계속해서 노동자의 삶을, 노동의 시간들을 자신의 노동으로, 작업으로 빚어낸다.
작가는 자신의 시선의 끝에 걸리는 것들을 시각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움직인다. 이렇게 작가의 몸은 어떤 것을 고민하고 그것들을 드러내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로 말을 건다. 우리의 삶과 예술이 분리되어 부유하지 않도록, 예술이 삶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예술가의 자립이 가능할지 작가는 계속해서 묻고 행동하며 구조를 바꾸기 위해 애쓴다. 그 속에서 많은 이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세계와 마주하고 부딪친다. 우리 세계의 뒤틀린 면들을 몸으로 꾸준히 받아들이고 다음을 향해 내뱉는다.
우리는 곧잘 쉽게 입을 다물고 만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하나의 언어가 가지는 미약함에서 외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른 언어를 찾아 나선다. 그때 우리의 삶은 다문 입속에 갇히지 않고 몸의 다른 공간으로 향한다. 몸을 통과한 언어는 행동을 조금씩 바꿔낸다. 삶은 온몸으로 살아내는 것이고, 작가의 끊임없는 말하기는 다음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계속해서 시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