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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예술공간 영주맨션 기획초대전

<실패하면 실패하지 않는다고 사라지면 사라지지 않는다고> 박자현 개인전

_ x : 관리인 김수정 <박자현 : 복제된 망점> 

작가들의 작업들은 이따금씩 형태를 달리 바꾸어 냅니다. 작업들은 시간에 따라, 혹은 어떠한 이유에 따라 매번 그 형태를 달리하지만 그들이 무엇에 이끌려 이런 형태를 만들어냈는지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가를 맞닥뜨리기 이전 작업의 변화는 하나의 맥락, 과정이 지나가는 일련의 시간 변화처럼 보입니다.

삶 속에서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끄는 것들에 대한 이유를 정의내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감각적 지점을 건드린다거나, 감정에 호소된다거나, 논리적으로 납득되어 만들어진 말, 언어로 정의된 것들은 왜 우리의 몸과 마음이 그것에 오롯이 집중하는지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합니다. 이런 궁금증들은 삶이 만들어온 무수한 순간들로 하나의 점(.)이 되어 새겨집니다. 

 

점묘 이미지에서 이후의 작은 고양이까지 무수한 점들은 경계를 흐리고 하나의 이미지는 흩어집니다. 이미지 속 점들은 구분되어 지기를 경계했고 그렇게 흩어지고 닫히지 않던 이미지들은 몇 해의 시간을 걸쳐 하나의 선으로 그려집니다. 버려진, 혹은 그 자리에 놓아진 우리의 점(.)들을 박자현 작가는 몸을 움직여 모아두고 그려냅니다. 펼쳐진 네모난 캔버스 앞에 앉아 점(.)을 그려내던 작가는 점 바깥의 사라지는 것들을 좇기 시작합니다. 흩어져있던 점들을 모아 선이 된 이미지들은 화면을 응시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복제되기 시작합니다. 

 

복제된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의 사라지는 것들을 좇기를 바라는 듯합니다. 복제된 이미지를 나누어 가지고, 입고 움직임으로서 그 점들의 존재는 몸으로 새겨지게 됩니다. 한 사람이 가진 수천 수 만개의 점들 중 하나가 된 이미지들은 그렇게 그 순간의 의미들로 공유됩니다. 작가가 복제를 선택하게 된 것은 그런 지점들을 더 이상 혼자만의 언어로서 가지지 않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육신 위로 씌워진 티셔츠는 그렇게 움직이는 점들이 되어, 우리의 몸을 변화하게 만들고 그 이야기들을 기억하게 하는 하나의 축으로 작동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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