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예술공간 영주맨션 기획초대전
<두 개의 방> 김경화 개인전
_ z : 관리인 이봉미 <한 땀 한 땀>
김경화 작가님을 만나며 깊게 다가온 단어는 노동이 아닐까 싶다. <경첩의 축> 전시를 위해 작품 이야기를 듣는 동안 가장 많이 드러난 단어이기도 하고, 삶과 노동은 분리할 수 없다는 말에서 노동-삶-예술을 잇는 연결점을 볼 수 있었다. 작업과 매체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한 땀씩 이어 하나의 덩어리로 본다면, 노동과 삶을 연결하는 지점을 예술로써 꾸준히 고민하고 있었다. 시멘트로 작업한 비둘기와 고양이는 일상 속에 소외된 지점을 드러내고, 인간의 바램을 나타낸 민화 작업, 커뮤니티와 함께한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삶 속에서 인간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인간의 삶은 노동, 몸을 움직이는, 혹은 투쟁하는, 치열하게 살아내는 ‘것’이다. 삶을 예술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의 작업 중 세밀하게 연결되는 축의 지점은 몸을 움직여 수천 번 반복하는 행위, 예술작품과 삶의 방식으로 표현되는 미싱(바느질)이 아닐까 싶다.
바느질, 즉 미싱은 예술과 노동의 어느 지점에 놓인 특별한 행위이다. 베틀과 연속되어 ‘틀’이라는 이름이 붙은 재봉틀 기계는 여성의 기술이자, 현대의 풍요로운 의생활을 뒷받침하는 물건이다. 한국 초기 산업화와 노동운동의 역사를 증언하는 물건이며, 여전히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표상하는 물건이다.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재봉틀, 한겨레, 2017.3.22. 참고) 한국 여성노동자의 보편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미싱, 바느질은 김경화 작가 작업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다. 한 땀 한 땀 놓이는 바느질/미싱은 회화로 비유하자면 수천 번의 붓질과 같은 매체이자, 노동 역사를 한 단면으로 비추는 행위이다. 또한, 미싱은 육체적인 노동이 수반된다. 힘듦을 고수한다는 건 현장의 노동과 동일시되며, 작가는 현장에서 다 하지 못한 자신의 비판을 두고 작업을 한다. 어떤 가치에 무게를 두지 않은 채, 예술가의 노동으로 몸을 움직이는 바느질/미싱 작업을 하며 사회에서 규정하는 차별에 대항한다. 바램을 담은 민화 형상을 이은 이번 작업에서 삶이란 노동을 예술로 잇고, 치열한 인간의 삶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공구, 쓰임이 많은, 몸을 움직이게 하는 그 물건을 딱딱한 재료가 아닌 물렁물렁한 솜과 천으로 만들었던 작업은 바느질/미싱을 통해 예술로 삶을 드러내고자 했던 작업의 출발이며, 시작점이 아니었나 싶다.
영주맨션은 전시공간 이전에 주거공간이었다. 누군가 살았을 때의 기억을 공간을 스스로 간직하고 있지만, 인간이 물건을 만들어 스스로 기억을 예술을 통해서 창조해 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바느질/미싱은 영주맨션의 기억을 불러낸다. 인간이 살았던 곳, 몸을 움직여 일터에 나가고, 들어와 몸을 누이며 내일의 삶을 준비하던 거주공간의 기억을 불러낸다. 작업은 삶을 녹여내고, 예술도 삶 속에서 나온다. 김경화 작가의 작업은 노동-삶-예술을 한 땀씩 수놓으며 삶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