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예술공간 영주맨션 기획초대전 - 경첩의 축
<목소리를 삼키고 달을 만나다> 김덕희 개인전
_ x : 관리인 김수정
*사진 속 작업: Quantum Dream , Kim's Art Field Museum, Busan 2018, Photo : Chansoo Kim
작업을 알기 위해 한 작가의 삶의 이야기를 묻는다. 작업과 삶은 때때로 분리되지만, 때때로 그 무엇보다도 밀접하게 맞붙어 그 삶의 변곡점마다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김덕희 작가는 빛과 열을 통해 삶을 마주하고, 자신의 삶의 변곡점들을 풀어낸다. 빛과 열, 그 거대한 에너지를 통해서 작가는 인간과 인간 주변을 이루는 시간성에 대해서 질문한다. 빛의 시공간, 우리를 관통하며 흐르는 에너지, 이 모든 것들은 마치 인간이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아닌 듯 제 속도로 나아가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질문하고야 만다.
작가는 양자역학에 관심을 가지고, 빛과 열을 이용한 작업들을 해나가면서 인간 바깥을 살핀다. 인간을 벗어난 이야기. 거대한 세계의 흐름. 우리가 쫓아갈 수 없는 속도. 처음 작가의 작업을 만났을 때 느꼈던 감상은 물질세계를 그려내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작업들을 더욱더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지켜보면서 작가가 가진 인간에 대한 거대한 애정을 느낀다. 우리가 우리를 기억해 내는 방법. 방식. 우리가 생각하는 기억들이 사실은 에너지의 한 조각이라면, 그 조각을 다시금 불러와 기억해 내고자 하는 손짓.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촉감으로만 기억되는 순간들.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기억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조각이 되어서 그 공간에 머물고 있다면. 그 감각은 정말 감각에 지나지 않는 걸까? 우리가 떠난 공간에 남은 우리의 에너지의 조각, 파편들이 남아 그곳을 떠나지 않고 채우고 있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그 감각들은 우리의 머릿속에만 있는 것들이 아니지 않을까.
빛과 열에서부터 시작된 김덕희 작가의 작업은 작가 본인과 사람, 그리고 세계의 관계 맺기를 바라본다. 작가는 우주에 비해 찰나에 지나지 않는 사람의 시간을 빛과 열로 계속해서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기억해 낼 것인지를 그려낸다. 김덕희 작가의 작업을 볼 때마다 나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시간은 우리를 넘어 커다란 세계 속에서 제 속도로 흘러가고 있고,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붙잡힌 시간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관계를 맺고, 맺음 한다.